곽현화. 개그우먼으로 대중에게 가장 먼저 각인됐다.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가수로서 앨범을 냈고, TV드라마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엔터테이너로서 활동하던 그녀가 최근 책을 냈다. 연예계 활동과 관련한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헛발질. 수학책이다. 제목 하여, 『수학의 女신』(곽현화 지음|중앙m&b 펴냄)

곽현화가 웬 수학책?, 이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을 위해 살짝 언급하자면, 그녀는 수학과 출신으로, 대학 때는 과외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 부진아’였던 그녀는, 각고의 노력과 인내로 고교 시절, ‘수학 여왕’이 됐다. 곽현화는 그 경험을 살려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쉽고 재미있게 수학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책까지 펴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단 셈.

그런 그녀가 지난달 24일, 서울 롯데시네마 영등포관에 나타났다. 예스24와 롯데시네마가 주최하는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人터뷰’에 강연자로 나선 것. 학창 시절, 그녀가 어떻게 수학을 공부했고,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며, 수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그녀는 이날, 꿈이 이루어진 날이라고 했다. 그녀의 꿈은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것이었고, 이날 수학(책)을 통해 독자들과 가진 소통의 현장을 중계한다.

곽현화, 수학을 만나다


그녀가 처음부터 수학에 꽂힌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녀에게도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었다. 다른 과목은 자신 있어도, 자신 없는 첫 번째 과목이 수학이었다. 모르는데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까봐) 아는 척을 했고, 선생님께 문제를 풀라고 지목을 받을까봐 두려워했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이다.

“수학시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는 그랬다. 공부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떨렸다. (수학에 대해) 너무 고민이 많았다. 왜냐.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꿈이 몇 개 있었다. 의사가 돼서 아프리카에 가서 의술을 펼치거나, 패션 디자이너가 돼 화려한 런웨이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수학을 못하면 그 꿈이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수학을 공부한 것이 중3 여름방학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공부에 미쳐 있었던 두 시즌이 있는데, 바로 중3에서 고1이 되기 전까지와 재수 시절이었다. 그 첫 번째 시즌, 그녀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수학의 정석』을 오독오독 씹어 먹겠다! 그리고 세 번을 봤다.

“처음 볼 때는 정말 오래 걸렸다. 두 번째는 그 시간의 반, 세 번째는 반의 반이 걸렸다. 가속도가 그렇게 붙더라. 왜 어려워했는지도 보였고 세 번째는 전체적인 그림이 약간 보이더라. 그리곤 고등학교에 가서 빨리 수학 시험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 첫 번째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100점 만점을 받았다. 감개무량. 내가 노력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지금까지 내가 올 수 있는 원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망하긴 해도 음반도 내고, 개콘에서 웃기지 못한다는 얘기도 듣지만, (웃음) 나는 욕먹든 아니든 하고 싶은 일은 저지르고 본다. 그 용기의 원천이 수학이지 않나 싶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꿈을 가진 자, 수학을 포기하지 마라.”

수학, 포기하지 않아야 하고 필요한 이유


이어, 그녀가 언급한 수학이 중요한 이유.

하나. 대학을 잘 가기 위해 수학을 잘 해야 한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고, 소신껏 자신의 일을 하면서 성공할 수 있지만, 대학은 한 번 가볼만한 곳이다. 좋은 대학을 가려면 수학을 포기해선 안 된다.

둘. 고1~3까지 잠을 잘 만큼 자고, 하고 싶은 것을 적당히 하면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히 수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셋. 국어와 영어는 조금만 신경을 쓰고 열심히 하면 중간부터 해도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수학은 그렇게 하면 어렵다. 앞의 공부가 돼 있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수학. 많은 사람들은 학창시절에만 수학이 중요할 뿐, 학교를 떠난 일상에서는 필요가 없다는 말을 던지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곽현화는 이런 말을 던진다. “수학은 우리 삶을 쉽게 만들어주려고 탄생한 학문이다. 일상적인 사회 현상을 추상화·단순화해서 우리 삶을 예측하고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수학이다.”

즉, 생활 곳곳에 수학이 틈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쓸모없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수학은 은연중에 우리 삶에 필요하고 기본이 되는 학문임을 그녀는 강조했다.

“특히 수학은 효도과목이다. 수학은 중고등학교에서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나 유형도 있다. 암기과목 공부하듯 수학도 그리한다는 것. 절대 그리 해선 안 된다고 곽현화는 방점을 찍었다. 일상의 사회현상을 숫자로, 미지수로, 기호로 수식화하고 공식화한 것이 수학인데, 이것을 체화하지 않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비결. “별 것 아니지만, 끈기가 있어야 한다. 수학은 어렵고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꾸준히 끈기를 갖고 해야 한다.”

‘왜’라고 묻고 또 물어라!


수학을 공부할 때, 꼭 필요한 부분으로 곽현화는 ‘왜’라는 의문을 꼽았다. 모른다 싶으면 바로 손을 들고 질문하라는 얘기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결국 걸리고 만다.

“무작정 공식을 외우는 학생들이 많은데, 공식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공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도과정이 중요하다. 모른다는 것을 드러낸다는 게 어릴 때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나이 들고서야 알았다. 부끄러워 말고 ‘왜’라는 의구심을 갖고 선생님이나 친구, 선배에게 물어봐야한다.”

아울러, 그녀는 선행학습을 추천했다. 예습과 복습, 모두 중요하나, 굳이 꼽자면 수학이 조금 부족하다 싶은 사람에겐 예습에 6의 비중을 뒀다. 5대5로 해도 괜찮으나, 수학은 약간의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

수학을 공부할 때, 목차보기도 빼놓지 말 것을 권했다. “모든 책에 목차가 있듯이, 수학책에의 목차 배열에도 다 이유가 있다. 전에 했던 공부가 체화되지 않으면 다음 공부로 나가기 어려운 것이 수학이다.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전체를 볼 수 있으면 수학에 재미가 붙는다. 그건 내가 경험했다.”

하나 더. 오답노트. 틀린 데서 다시 틀리지 않고 확인한다는 오답노트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것. 온갖 색깔의 형광펜으로 오답노트를 예쁘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지 말고, 기능에만 충실하도록 만들라는 조언이다.

그녀의 마무리는 이렇게.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이나 모든 일을 할 때 그 밑바탕은 열정과 호기심인 것 같다. 수학을 잘 하고 싶다는 열정,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Q & A


연예인을 하면서 수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가 있었나?

“수학과를 나왔다는 타이틀 때문일 수도 있다. 수학과를 나왔다고 얼마나 시달림(?)을 당했는지. (웃음) 개그콘서트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어디서 수학문제를 들고 와서는 풀어보라는 동료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성호씨였다. (웃음) 어쨌든 수학과 출신이다 보니 수학능력시험 수학문제 등을 보면 관심을 가졌고, 책을 쓰면서 좀 더 깊게 파고들었다.”

중3 딸을 두고 있는데, 지금 수학 공부를 해도 늦지 않을까?

“충분하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나는 중3 여름방학 때부터 수학공부를 시작했다. 대신 끈기를 갖고 ‘왜’라고 질문하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면 잘 할 수 있다. 학원을 가든, 개인교습을 하든, 여러 방법을 찔러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면 된다. 또 여러 문제집을 보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집을 다시 또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시기가, 초등학교 5학년, 중1~2, 고2라고 하더라. 어떻게 하면 포기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음,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글쎄 나는 특정 시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중2때가 가장 어려웠다. 중1 내용이 버무려지고 그래서. 그때 포기하지 않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과정이 중학교 과정을 약간 건드려주는 부분이 있다. 단원 배치도 약간 비슷하고,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나,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이라면 수업을 따라가면서 열심히 하면 된다.

나는 고등학교 때 별의 별 슬럼프나 병에 걸리곤 했는데, 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웃음) 그런 스트레스를 이기고 수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꿈’이었다. 나는 서울을 무척 가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공부를 못하면 서울에 안 보내준다고 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했다. 내가 지금 놀아봐야 얼마나 놀겠나, 하는 생각으로 놀고 싶은 마음을 조금씩 눌렀다.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